CRM & 매출 운영(RevOps)

중소기업 CRM 도입 완벽 가이드

영업팀장이 퇴사하면 거래처 60곳의 협상 이력이 수첩과 함께 사라지는 회사가 많습니다. 고객 정보가 회사가 아니라 사람에게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중소 제조기업이 CRM 도입을 검토할 때 알아야 할 개념, 필요해지는 다섯 가지 순간, 도입 6단계, 직원 30명 회사의 석 달 계획, 도구 선택 기준 여섯 가지, 실패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했습니다.

거래처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마지막으로 견적을 낸 날짜, 지난번 클레임의 원인이 지금 어디에 적혀 있습니까. 대표의 휴대전화, 영업팀장의 수첩, 관리팀 엑셀, 카카오톡 대화방에 조금씩 나뉘어 있다면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과 같은 상황입니다. 이 글은 중소 제조기업이 CRM 도입을 검토할 때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며, 어디서 실패하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한 것입니다.

직원 35명 규모의 산업용 밸브 제조사 이야기입니다. 영업팀장이 15년을 다니다 올해 봄에 퇴사했습니다. 거래처 60곳의 담당자 연락처와 협상 이력이 팀장의 수첩과 개인 휴대전화에 있었습니다. 인수인계 자료로 엑셀 한 장을 남겼지만 회사명과 전화번호뿐이었습니다. 어느 거래처가 단가 인상을 받아들였고 어느 거래처가 납기 지연에 예민한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새로 온 영업 담당자는 석 달 동안 거래처마다 전화를 걸어 "저희 회사와 어떤 거래를 하셨는지" 다시 물어야 했습니다. 그 사이 견적 요청 두 건이 답을 받지 못한 채 넘어갔고, 그중 한 곳은 경쟁사로 갔습니다. 대표는 "사람이 나간 게 문제"라고 했지만, 정확히는 고객 정보가 사람에게 붙어 있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고객관계관리(CRM)는 이 문제를 푸는 도구이자 방식입니다. 거래처, 담당자, 문의, 견적, 납품, 클레임까지 고객과 주고받은 모든 기록을 한곳에 모아 회사가 소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누가 언제 퇴사해도 다음 사람이 어제 일처럼 이어받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 글은 CRM의 개념부터 도입 절차, 흔한 실패까지 전체 그림을 다룹니다. 엑셀과의 차이, 파이프라인 관리, 데이터 관리 기준 같은 개별 주제는 이 시리즈의 다른 글에서 따로 깊게 다룹니다.

CRM이란 무엇인가

도구이기 전에 "고객 정보를 회사가 갖는" 방식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는 고객과의 접촉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방식과 그 도구를 함께 부르는 말입니다. 소프트웨어를 사는 것이 CRM 도입이 아닙니다. 어떤 정보를 누가 언제 적을지 정하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다음 행동을 정하는 방식 전체가 CRM입니다. 소프트웨어는 그 방식이 굴러가게 돕는 그릇입니다.

그릇으로서의 CRM은 거래처와 담당자의 정보, 문의와 견적의 진행 상태, 납품과 클레임 이력, 다음에 할 일을 한 화면에서 보여줍니다. 영업 담당자는 오늘 연락할 곳을 보고, 대표는 이번 달 견적이 몇 건이고 어디까지 갔는지를 보고, 관리팀은 어느 거래처가 결제일을 넘겼는지를 봅니다. 같은 기록을 각자의 목적으로 읽는 것입니다.

엑셀과 무엇이 다른가

많은 회사가 "우리는 엑셀로 관리한다"고 말합니다. 엑셀도 훌륭한 도구지만, 고객 정보를 엑셀로 관리할 때 반드시 부딪히는 한계가 세 가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열어 놓으면 다른 사람이 못 고치고, 거래처 한 곳에 붙는 기록(전화, 견적, 클레임)이 여러 장에 흩어지며, "지난주 이후 바뀐 것"을 알 수 없습니다. CRM은 이 세 가지를 구조로 해결합니다. 자세한 비교는 「CRM이란? 엑셀 고객관리와 무엇이 다른가」에서 다루고, 여기서는 도입 전체 흐름에 집중합니다.

지금: 사람마다 따로 갖고 있는 정보 대표 휴대전화 핵심 거래처 담당자 번호 영업팀장 수첩 협상 이력 · 성향 메모 관리팀 엑셀 회사명 · 사업자번호 · 결제조건 카카오톡 · 메일함 견적 요청 · 도면 · 클레임 사진 CRM 거래처 한 곳에 전부 붙는다 거래처 · 담당자 문의 · 견적 · 진행 단계 납품 · 클레임 이력 통화 · 방문 메모 다음 할 일 · 담당자 회사가 소유, 누구나 열람 각자 필요한 것을 본다 영업 담당자 오늘 연락할 곳 · 견적 마감 대표 이번 달 견적 건수 · 진행 상황 관리 · 품질팀 결제 조건 · 클레임 재발 여부 사람이 바뀌어도 기록은 회사에 남는다

중소 제조기업에 CRM이 필요해지는 다섯 가지 순간

해외 자료는 CRM의 효과를 매출 증가나 생산성 향상 같은 말로 설명합니다. 틀리지는 않지만 직원 30명 제조기업 대표에게는 와닿지 않습니다. 실제로 국내 제조기업이 CRM을 찾게 되는 계기는 훨씬 구체적입니다. 다음 다섯 장면 중 두 개 이상이 우리 회사 이야기라면 도입을 검토할 때입니다.

영업 담당자가 퇴사했을 때

서두의 밸브 제조사 이야기가 이 경우입니다. 담당자 한 명이 나가면 거래처 정보의 절반이 함께 나갑니다. 인수인계 엑셀에 회사명과 전화번호는 있어도 "이 회사는 견적서에 납기를 꼭 명시해야 한다", "구매팀장이 바뀐 뒤 단가에 민감해졌다" 같은 정보는 없습니다. 이 정보가 없으면 새 담당자는 거래처마다 처음부터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견적을 냈는지 안 냈는지 모를 때

전시회에서 받은 문의, 홈페이지 견적 문의, 소개로 온 전화가 각각 다른 사람에게 갑니다. 어느 문의에 견적을 냈고 어느 문의가 답 없이 넘어갔는지 한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월말에 "지난달 견적 몇 건 냈지?"라고 물으면 각자 메일함을 뒤져야 답이 나옵니다. 답 없이 넘어간 문의는 대개 경쟁사로 갑니다.

거래처 두 곳이 매출의 절반 이상일 때

매출이 몇몇 대기업 협력사에 집중된 회사는 그 회사들의 담당자 변동, 발주 주기, 단가 협상 시점을 놓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이 정보가 대표 머릿속에만 있으면 대표가 바쁜 달에 놓칩니다. 핵심 거래처 열 곳의 담당자 변경과 발주 주기를 기록하고 알림을 받는 것만으로 CRM은 값을 합니다.

같은 클레임이 다른 거래처에서 반복될 때

품질팀은 클레임을 자기 양식에 기록하고 영업팀은 그 사실을 통화로만 듣습니다. 석 달 뒤 다른 거래처에서 같은 원인의 클레임이 발생해도 영업팀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답합니다. 클레임 이력이 거래처와 품목에 붙어 있으면 견적 단계에서 미리 확인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리점·총판이 최종 고객을 알려주지 않을 때

대리점을 통해 파는 회사는 최종 고객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리점이 바뀌거나 계약이 끝나면 그 고객도 함께 사라집니다. 대리점별 최종 고객과 납품 품목을 CRM에 기록해 두면 대리점 관계가 바뀌어도 회사가 고객을 잃지 않습니다.

CRM에 들어가야 할 네 가지 정보

해외 자료들은 CRM의 구성 요소를 연락처 관리, 영업 자동화, 마케팅 자동화, 고객 서비스 관리로 나눕니다. 이 네 가지를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언어로 바꾸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입 초기에는 앞의 두 가지만 제대로 해도 충분합니다.

구성 요소우리 회사에서는 이 정보누가 적나
① 거래처·담당자회사명, 업종, 규모, 담당자별 부서·직책·연락처, 담당자 변경 이력, 결제 조건, 거래 시작일영업 담당, 관리팀
② 문의·견적·진행문의 경로, 품목, 수량, 견적 금액, 현재 단계(문의→견적→샘플→계약), 예상 계약일, 다음 할 일영업 담당
③ 연락·활동 기록통화·방문·메일 요약, 카탈로그·기술자료 발송 여부, 전시회 만남, 뉴스레터 반응영업 담당, 마케팅 겸직자
④ 납품 후 관리납품 이력, 클레임 원인과 처리 결과, 재구매 주기, 추가 발주 가능 품목품질팀, 영업 담당

거래처·담당자: 회사가 아니라 사람 단위로

B2B 거래는 회사와 하지만 연락은 사람과 합니다. 구매 담당자, 생산기술 담당자, 품질 담당자, 결재권자가 한 회사 안에 따로 있고, 각자 원하는 것이 다릅니다. 회사 한 줄에 대표 번호 하나만 적는 엑셀과 달리, CRM은 한 회사 아래에 담당자 여럿을 붙이고 각자와의 연락을 따로 기록합니다. 담당자가 이직하면 그 사람을 새 회사로 옮겨 기록을 이어갑니다. 구매 담당자의 이직은 새 거래처가 생기는 가장 흔한 경로 중 하나입니다.

문의·견적·진행: 단계를 정의하는 것이 먼저

"진행 중"이라는 상태는 아무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문의 접수, 견적 발송, 샘플 제작, 승인 대기, 계약처럼 우리 회사의 실제 영업 흐름에 맞는 단계를 다섯 개 안팎으로 정하고, 모든 건을 그 단계 중 하나에 놓습니다. 그러면 "견적 발송 후 2주 넘게 답 없는 건"을 한 번에 뽑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영업 파이프라인이고, 관리 방법은 「영업 파이프라인 관리하는 법」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연락·활동 기록: 세 줄이면 충분하다

통화 후 보고서를 쓰라고 하면 아무도 안 씁니다. 날짜, 누구와, 무슨 이야기, 다음에 할 일 이렇게 세 줄이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길이가 아니라 거래처에 붙어 있는가입니다. 6개월 뒤 그 거래처를 열었을 때 지난 연락이 시간순으로 보이면 그 기록은 값을 한 것입니다.

납품 후 관리: 제조업에서 가장 저평가되는 부분

해외 자료의 "고객 서비스 관리"는 콜센터와 티켓 처리를 말하지만, 제조업에서는 클레임과 재구매입니다. 클레임 원인이 거래처와 품목에 붙어 있으면 다음 견적 때 "지난번 이슈는 공정을 바꿔 해결했다"고 먼저 말할 수 있습니다. 재구매 주기가 기록되어 있으면 발주가 올 때쯤 먼저 연락할 수 있습니다. 기존 고객의 추가 발주는 신규 고객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듭니다.

CRM 도입 6단계

해외 자료는 도입 절차를 8단계로 설명합니다. 국내 중소 제조기업 규모에 맞게 여섯 단계로 줄이고, 순서를 조정했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선택을 세 번째로 미룬 것에 주목하십시오. 무엇을 기록할지 정하기 전에 도구부터 고르면 도구에 회사를 맞추게 됩니다.

1 왜 하는지 해결할 문제 1~2개 2 무엇을 적을지 항목 · 단계 · 담당 3 도구 고르기 2주 시험 사용 4 데이터 정리 엑셀 · 명함 · 수첩 5 소수로 시작 대표 + 영업 2명 6 회의를 바꾼다 CRM 화면으로 주간 회의 석 달 써 보면 "적을 항목"이 줄어든다 — 2단계로 돌아가 덜어낸다

1단계 — 해결할 문제를 한두 개로 정한다

"고객 관리를 잘하고 싶다"는 목표가 아닙니다. "견적 낸 뒤 답 없는 건을 매주 확인한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거래처 이력이 남는다"처럼 앞 장의 다섯 장면 중 우리 회사에 해당하는 것을 고릅니다. 문제가 정해져야 무엇을 적을지, 어떤 도구가 맞는지, 석 달 뒤 성공했는지가 정해집니다.

2단계 — 적을 항목과 단계를 종이에 먼저 적는다

도구를 열기 전에 A4 한 장에 씁니다. 거래처에 어떤 항목을 적을지, 영업 단계는 몇 개이고 각 단계의 이름은 무엇인지, 누가 무엇을 언제 입력하는지입니다. 항목은 열 개를 넘기지 않습니다. 항목이 많을수록 입력이 귀찮아지고, 입력이 귀찮으면 아무도 안 쓰고, 아무도 안 쓰면 도입은 실패합니다.

3단계 — 도구를 고르고 2주 시험 사용한다

대부분의 CRM은 무료 체험 기간이 있습니다. 후보 두 개를 골라 각각 2주씩, 실제 거래처 열 곳을 넣고 실제 견적 건을 등록해 봅니다. 기능표를 비교하는 것보다 영업 담당자가 휴대전화로 통화 메모를 남기는 데 몇 번을 눌러야 하는지 세어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고르는 기준은 6장에 정리했습니다.

4단계 — 흩어진 데이터를 정리해서 옮긴다

관리팀 엑셀, 영업팀 명함첩, 대표 휴대전화 연락처를 한 파일로 합칩니다. 이때 중복(같은 회사가 "(주)OO"과 "OO주식회사"로 두 번), 퇴사한 담당자, 5년 넘게 거래 없는 회사를 걸러냅니다. 이 작업이 도입 전체에서 가장 지루하지만, 여기서 대충 하면 CRM을 열 때마다 잘못된 정보를 보게 되고 신뢰를 잃습니다. 정리 기준은 「CRM 데이터 관리 기준 만들기」에서 다룹니다.

5단계 — 대표와 영업 두 명으로 시작한다

전 직원에게 한꺼번에 쓰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표와 영업 담당 두 명이 한 달 동안 먼저 씁니다. 이 세 사람이 실제로 쓰는 항목과 안 쓰는 항목이 드러나고, 그것을 반영해 항목을 줄인 뒤에 나머지 직원을 넣습니다. 대표가 직접 쓰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표가 안 쓰는 도구는 직원도 안 씁니다.

6단계 — 주간 회의를 CRM 화면으로 한다

도입이 정착했는지는 회의에서 판가름 납니다. 월요일 영업 회의를 각자 구두 보고 대신 CRM 파이프라인 화면을 띄워 놓고 진행하면, 화면에 없는 건은 없는 건이 됩니다. 입력하라고 말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회의가 바뀌지 않으면 CRM은 석 달 안에 아무도 안 여는 화면이 됩니다.

핵심

CRM 도입의 성패는 도구 선택이 아니라 항목 열 개 이하, 대표가 먼저 쓰기, 회의를 CRM 화면으로 세 가지에서 갈립니다. 이 셋이 없으면 어떤 도구를 사도 결과는 같습니다.

직원 30명 제조기업의 현실적인 도입 순서

여기까지 읽고 "IT 담당자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드셨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직원 30명 제조기업에는 전산 담당자가 없고, 영업팀은 기존 거래처 대응만으로 바쁩니다. 그 조건에서 실제로 굴러가는 석 달 계획을 제안합니다.

시기할 일담당비용
1~2주차해결할 문제 정하기, 적을 항목·영업 단계 A4 한 장, 후보 도구 2개 체험 신청대표, 영업팀장0원
3~6주차엑셀·명함·연락처 통합과 중복 정리, 거래처 상위 50곳부터 입력, 도구 확정관리팀 1명 + 영업월 이용료 (인당 수만 원 수준)
7~10주차대표 + 영업 2명 실사용, 진행 중인 견적 건 전부 등록, 항목 덜어내기대표, 영업 2명
11~12주차주간 회의를 CRM 화면으로 전환, 품질팀에 클레임 입력 권한, 나머지 직원 교육 1시간전원

ERP·MES와의 관계를 미리 정한다

제조기업에는 이미 전사적 자원관리(ERP)나 생산관리시스템(MES)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ERP에 거래처 정보가 있으니 CRM은 필요 없다"입니다. ERP의 거래처는 세금계산서를 끊기 위한 정보이고, CRM의 거래처는 계약이 되기 전의 관계를 기록하기 위한 정보입니다. 견적 단계의 회사는 ERP에 없습니다. 둘의 역할을 나누되, 계약이 되면 ERP로 넘기는 시점과 방법을 처음에 정해 두면 이중 입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상위 50곳부터, 전부를 넣으려 하지 않는다

거래처 500곳을 전부 입력하고 시작하려다 두 달을 보내는 회사가 많습니다. 매출 상위 50곳과 현재 견적 진행 중인 곳만 먼저 넣습니다. 나머지는 연락이 생길 때 그때 추가합니다. 석 달 뒤에 보면 실제로 연락이 오가는 거래처는 100곳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영업 담당자에게 "왜 나에게 좋은지"를 설명한다

영업 담당자 입장에서 CRM은 감시 도구로 보이기 쉽습니다. "내가 뭘 하는지 대표가 다 보겠다"는 것입니다. 이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입력은 최소한만 됩니다. 담당자에게 실제로 좋은 점은 분명합니다. 휴가 갔을 때 동료가 거래처 문의를 대신 받을 수 있고, 견적 마감을 놓쳐서 혼날 일이 줄고, 실적을 구두로 보고하는 회의가 짧아집니다. 이 세 가지를 먼저 말하고 시작하십시오.

CRM 고를 때 보는 기준 여섯 가지

국내외에 CRM 제품은 수십 가지가 있고, 대기업용부터 1인 기업용까지 폭이 넓습니다. 특정 제품을 추천하기보다 직원 10~100명 제조기업이 확인해야 할 기준을 정리합니다. 이 기준으로 후보 두 개를 2주씩 써 보면 답이 나옵니다.

① 휴대전화에서 입력이 쉬운가 거래처 방문 후 차 안에서 통화 메모 세 줄을 남길 수 있나 PC 전용이면 입력이 끊긴다 ② 우리 영업 단계로 바꿀 수 있나 샘플 제작 · 승인 대기 같은 제조업 단계를 직접 정의 고정 단계면 억지로 맞추게 된다 ③ 회사 아래 담당자 여럿 구매 · 생산기술 · 품질 담당자를 한 회사에 붙여 따로 기록 1회사 1연락처면 B2B에 안 맞다 ④ 엑셀로 넣고 뺄 수 있나 기존 엑셀 일괄 등록, 언제든 전체 내보내기 못 빼면 데이터가 인질이 된다 ⑤ 메일 · 홈페이지 문의 연결 견적 문의 폼이 자동으로 CRM에 접수되는가 수동 복사면 누락이 생긴다 ⑥ 비용 구조가 단순한가 인당 월 요금이 명확하고 필수 기능이 상위 요금제에 없는가 10명 기준 연 비용을 먼저 계산 여섯 개 모두 기능표가 아니라 2주 시험 사용에서 직접 확인한다

여섯 기준 중 가장 자주 놓치는 것이 ④입니다. 어느 제품이든 3년 뒤에는 바꾸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그때 거래처 전체와 연락 이력을 엑셀로 내보낼 수 없으면 바꾸지 못하고 끌려갑니다. 체험 기간에 반드시 내보내기를 한 번 해 보십시오.

AI 기능을 내세우는 제품도 늘고 있습니다. 통화 내용 자동 요약, 문의 메일에서 회사 정보 자동 추출, 답 없는 견적 건 자동 알림 같은 기능은 입력 부담을 실제로 줄여 줍니다. 다만 기본 여섯 기준을 통과한 다음에 볼 것입니다. 입력이 안 되는 CRM에 AI를 붙여도 요약할 내용이 없습니다.

도입이 실패하는 다섯 가지 이유

CRM을 도입했다가 1년 안에 접는 회사가 적지 않습니다. 이유는 대개 도구가 아니라 다음 다섯 가지 중 하나입니다.

  1. 도구부터 샀다. 무엇을 적을지 정하지 않은 채 제품을 고르면 제품의 기본 항목 수십 개를 그대로 쓰게 되고, 입력이 부담스러워 아무도 안 씁니다. 항목 열 개를 종이에 먼저 정하는 2단계를 건너뛴 결과입니다.
  2. 대표가 안 본다. 대표가 영업 현황을 여전히 구두 보고로 받으면 직원은 CRM 입력을 "추가 업무"로 봅니다. 대표가 CRM 화면을 열어 놓고 질문하기 시작하는 순간 입력률이 바뀝니다.
  3. 기존 데이터를 대충 옮겼다. 중복 거래처, 퇴사한 담당자, 틀린 번호가 그대로 들어가면 직원은 CRM을 열 때마다 잘못된 정보를 보고 "어차피 안 맞아"라며 수첩으로 돌아갑니다.
  4. ERP와 역할을 안 나눴다. 같은 거래처를 ERP와 CRM에 따로 두 번 입력하게 되면 한 달 안에 한쪽이 방치됩니다. 견적까지는 CRM, 계약 이후는 ERP처럼 경계와 넘기는 시점을 처음에 정해야 합니다.
  5. 한 번에 전 직원에게 열었다. 교육 한 번 하고 전원에게 계정을 주면 첫 주에 질문이 쏟아지고 둘째 주에 조용해집니다. 세 명이 한 달 써 보고 항목을 줄인 뒤 확대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다섯 가지 모두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 맞는 CRM이 없다"는 결론은 대개 틀립니다. 맞는 도구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적을 것을 정하고 대표가 먼저 쓰는 과정이 없었던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직원 10명 회사도 CRM이 필요한가요?

거래처가 30곳을 넘고 영업하는 사람이 대표 외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필요합니다. 두 사람이 같은 거래처 정보를 각자 갖기 시작하는 순간 정보가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대표 혼자 영업하고 거래처가 20곳 이내라면 잘 정리한 엑셀 한 장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에도 영업 단계와 다음 할 일 열은 엑셀에 꼭 두십시오. 나중에 CRM으로 옮길 때 그대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대부분의 CRM은 사용자 수에 따라 월 요금을 받습니다. 중소기업용 제품은 인당 월 수만 원 수준이 일반적이고, 무료 요금제로 시작할 수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다만 소프트웨어 비용보다 큰 것이 데이터 정리와 정착에 드는 사람의 시간입니다. 관리팀 한 명이 한 달, 영업팀이 매일 10분씩 석 달을 쓴다고 보면 됩니다. 이 시간을 예산에 넣지 않으면 "싸게 샀는데 안 쓰는" 상황이 됩니다.

ERP에 거래처 관리 기능이 있는데 따로 써야 하나요?

ERP의 거래처는 계약이 된 회사,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회사입니다. 견적 단계의 회사, 전시회에서 만난 회사, 3년 전 문의했다가 멈춘 회사는 ERP에 없습니다. CRM은 바로 그 계약 전 단계를 다룹니다. ERP에 영업 관리 모듈이 있다면 그것을 CRM으로 써도 되지만, 휴대전화 입력과 단계 정의가 가능한지 6장의 기준으로 확인하십시오.

영업 담당자가 입력을 안 하면 어떻게 하나요?

입력하라고 지시하는 대신 입력하지 않으면 불편한 구조를 만듭니다. 주간 회의를 CRM 화면으로 진행하고, 화면에 없는 견적 건은 회의에서 다루지 않고, 실적 집계도 CRM 기준으로만 합니다. 동시에 입력 항목을 줄여 통화 후 세 줄이면 끝나게 만듭니다. 대부분의 미입력은 게으름이 아니라 입력이 너무 많거나 입력해도 아무도 안 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며

CRM 도입은 소프트웨어를 사는 일이 아니라 고객 정보를 사람이 아닌 회사가 소유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영업 담당자가 퇴사해도, 대표가 한 달 자리를 비워도 거래처와의 관계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서두의 밸브 제조사가 잃은 것은 팀장 한 명이 아니라 15년 치 기록이었습니다.

순서는 단순합니다. 해결할 문제를 한두 개로 정하고, 적을 항목 열 개와 영업 단계 다섯 개를 종이에 먼저 쓰고, 도구를 2주씩 써 보고 고르고, 상위 거래처 50곳부터 정리해 넣고, 대표와 영업 두 명이 한 달 먼저 쓰고, 주간 회의를 CRM 화면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석 달이면 정착 여부가 보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견적 건을 전부 적어 보십시오. 몇 건인지, 각각 어느 단계인지 10분 안에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첫 번째 해결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매출 상위 거래처 열 곳의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가 회사 공용 파일에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대표나 팀장 개인 휴대전화에만 있다면 그것이 두 번째 문제입니다.